CSR YOUTH FORUM 9월 칼럼 - 보건의료분과

관리자
2019-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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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보건의료 CSR, 철학과 전략 없이 가능한가


2003년, OECD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활동(CSR)을 사회적 부가가치 창출과 기업의 사회적 목표 간의 합의를 도달하는 경영이념으로 제시하였다. 이후, 전 세계적으로 기업뿐만 아니라 정부기관, NGO를 포함한 모든 조직에서 사회적 책임에 대한 요구도가 증가하고 있다. 마찬가지로, 보건의료산업 전반에도 변화하는 기업경영과 시대적 흐름에 발맞춰 사회적 책임활동에 관심을 가지고 CSR 전략을 수립함으로써 지속가능경영의 실천과 성장을 도모하고 있다. 특히, 보건의료분야는 보건의료산업 이외의 다양한 산업주체들도 국내외 의료봉사, 해외모자보건사업, 소외계층 의료비 지원 등 CSR 활동이 활발한 분야이기도 하다. 다른 산업분야에서도 보건의료 관련 CSR 활동이 활발한 이유는 보건의료가 생명과 가장 직결된 분야이고, 인간의 존엄성을 제고시키는 수단으로서의 특수성이 있으며, 수혜대상이 의료지원이 필요한 소외·취약계층으로 사회적 약자를 위한 직접적인 사회적 책임활동이기 때문이라 생각된다. 그렇다면 보건의료분야에서 의료기관, 제약회사와 같은 보건의료산업 주체와 그 이외의 다양한 산업 주체들이 사회적 책임활동을 진행함에 있어 어떤 원칙을 갖고 어떤 노력을 해야 할까?

먼저, 보여주기식의 실적 채우기용 CSR 활동을 지양해야 한다. 단순히 돈을 들여 사회공헌 프로그램을 펼치는 것만으로는 오히려 CSR 활동으로 기대하던 사회적 가치 창출 효과를 얻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소비자들의 따가운 시선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그 예로, 사업 분야와 전혀 상관없는 김장, 연탄배달 등 일회성 행사가 있을 것이다. 물론, 김장이나 연탄배달 행사가 전혀 가치 없는 활동이라는 것은 아니다. 어려운 이들에게는 단비 같은 지원일 수 있다. 다만, 이렇게 단발성 홍보 행사로 비추어지는 사회공헌 활동은 소비자들로부터 그저 좋은 일 한번 하고 크게 생색낸다는 냉소적인 반응을 피하기 쉽지 않다. 기업 입장에서는 큰 예산을 들여 좋은 활동을 했다고 말할 수는 있겠지만 ‘과연 그것이 얼마나 의미 있었는가?’에 대한 질문에는 답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 이유는 CSR 철학과 전략이 없는 천편일률적이고 단순한 기부형 사회공헌 프로그램에 있다. 단순히 어떠한 철학도 전략도 없이 돈으로 이미지를 만들고 소위 말하는 좋은 그림을 연출해 마케팅하는 시대는 이미 오래전에 지났다.

이런 이유로 이제는 CSR 활동을 위해 기업별로 사업 분야와 매칭되는 핵심 CSR 철학을 설정하고 CSR 전략의 수립이 필수적인 시대가 되었다. 실제로 다양한 기업에서 단순한 기부프로그램을 통한 CSR을 넘어, 각 기업에 맞는 철학과 전략을 갖추어 핵심 사업과 연계한 전문 CSR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또한, 기업들이 설정한 CSR 철학을 실천하기 위해서는 중장기적인 핵심목표를 설정하고 핵심목표에 도달하기 위해 기업이 지닌 전문성을 바탕으로 단기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기업이 얼마나 꾸준히 핵심목표에 다다르기 위한 노력을 하였는지, 그리고 지금 그 노력을 계속 이어오고 있는지, 그리고 그 기업이 펼치는 CSR 활동이 얼마나 전문적인지가 소비자들의 관심사가 되었기 때문이다.

전문성이라는 관점에서 보건의료산업의 CSR 활동은 인간 생명과 직결된다는 산업 특성상 더욱 높은 전문성, 책임의식, 그리고 인권의식이 요구된다. 특히, 의료기관, 제약회사, 보건의료직능협회 등 보건의료산업 주체들의 사회적 책임활동은 한 국가의 보건의료발전과 지역사회 건강증진에 밀접한 연관성이 있어 전문성과 큰 책임감이 필요한 분야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단순히 의약품을 기부하거나 싸게 공급하는 직접적 방식보다는 지역사회와 더욱 밀착하여 해당 지역사회에서 필요한 구체적인 니즈를 파악하고 그에 따른 지원을 이행하는 전략적인 CSR이 필요하다. 

그 좋은 예로, 노바티스 제약회사의 공유가치 창출 전략을 통한 인도시장 개척사례를 들 수 있다. 노바티스는 단순한 기부 등을 통한 사회공헌 프로그램이 아닌 인도 제약시장에 대한 이해와 소비자 분석을 진행하였다.  노바티스는 인도시장이 소비자 구매력이 낮은 것도 문제지만 약 복용에 대한 인식이 낮다는 점이 더 큰 문제라는 것을 발견했다. 그에 따라 ‘건강한 가족(Arogya Parivar: 건강한 가족, 힌두어)’이라는 이니셔티브 활동을 펼쳤고 4A 전략(Awareness, Adaptability, Accesibility, Affordability: 인지, 수용성, 접근성, 구매여력)을 통해 BOP(Bottom Of Pyramid)계층에게 의료접근성을 높이자는 미션을 설정했다. 미션의 구체화를 위해 가장 먼저 농촌지역 주민들을 대상으로 의료봉사를 실시하였고, 현지인들에게 의학상식을 교육하고 보건교육자들을 양성하였다. 양성된 보건교육자들은 인도 내 11개 주 3만 3000개 마을 4200만명에게 보건 및 질방예방교육을 실시하고 다양한 일반의약품을 마진 없이 공급하였다. 그 결과, 노바티스 제약회사의 인도시장 매출은 2012년까지 25배 성장하였고 프로젝트 시작 후 30개월만에 손익분기점을 넘는 쾌거를 거두었다. 이는 철저한 시장 및 소비자 분석과 책임있는 기업시민(Responsible Corporate Citizen)이라는 노바티스의 경영철학이 반영된 CSR 전략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또한, 1차 의료기관, 의료종사자, 지역 NGO 등과의 긴밀한 사회적 네트워크 구축 및 파트너십에 공을 들인 결과물이라 할 수 있다. 특히 노바티스 사례에서 주목할 점은 CSR 전략을 통해 어쩌면 기존 사고방식으로는 시장이 될 수 없는 곳을 시장으로 이끌어냈다는 것에 있다. 만일 노바티스가 단순한 의약품 기부를 통해 CSR 사업을 진행했더라면 인도 시장에서 성공적인 결과를 거둘 수 없었을 것이다. 인도 사회에 적합한 유통망을 구축하기 위해 새로운 인프라를 구축하고 소비자 인식을 개선했으며 보건 및 질병예방 교육을 진행하였기에 신흥국 시장에서의 경쟁력 확보가 가능했다.

이러한 관점에서 한국 제약회사들도 노바티스와 같은 사례를 국내·외 지역사회에서의 CSR 활동에 적극적으로 차용할 필요가 있다. 지역사회의 니즈를 철저히 파악하여 그에 맞는 보건의료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에 일조하고 의약품 기부, 약가 할인 등의 맞춤형 CSR 활동을 진행한다면 노바티스의 사례와 같은 지속 가능한 관계 구축과 기업의 수익 창출 모두에 장기적으로 도움이 될 것이다. 의료기관에서도 최근 공공의료의 기능 강화가 대두되는 가운데 질병의 예방 및 관리, 보건교육, 지역사회공헌 등을 진행함으로써 비영리 의료서비스를 확대함과 동시에 의료전문성을 살린 사회적 책임활동을 병행하고 있다. 이러한 CSR 전략은 의료기관의 브랜드 인지도 제고와 경쟁력 확보로 귀결되어 지역사회 보건의료 소비자들과의 일체감 형성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


그런데, 몇몇 제약회사와 의료기관에서는 희귀질환 치료제 및 신약 개발과 의료서비스 제공만으로도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있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 물론 희귀질환 치료제 및 신약 개발 그리고 의료서비스 제공은 제약회사와 의료기관으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나간다는 점에서 충분히 사회적 가치가 있는 활동이다. 하지만 각자의 고유 사업영역에서의 주체로서 역할에 충실히 임하고 있다는 것은 가장 기본적인 소양에 해당한다는 점에서 사업영역 자체가 CSR로 귀결된다는 논리는 기업 및 의료기관 내부에서는 지지받을 수 있을지는 몰라도 보건의료 소비자들로부터는 결국 외면받을 수밖에 없다. 이러한 인식을 먼저 깨고 선구적인 CSR 활동을 진행하는 기업과 의료기관이 결국 장기적인 성장동력을 갖게 될 것이라 생각한다. 보건의료분야는 앞서 말했듯이 보건의료산업 주체뿐만 아니라 다양한 산업분야 주체들이 참여하는 CSR 분야이다. 이는 보건의료분야가 인간에 있어 가장 필수적이면서 인류애의 실천이라는 측면에서 가장 효과적인 분야이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한다.


하지만 다른 기업들이 보건의료 관련 CSR을 진행한다고 해서 무턱대고 보건의료 CSR 사업을 벌이는 것은 옳지 못하다. 모든 일에 명분이 있어야 그 정당성이 확보되듯이, 보건의료 CSR 사업에도 각 기업이 가진 경영철학이나 CSR 전략과 결부한 명분과 스토리가 있어야 CSR에 대한 신뢰가 증대될 수 있다. 이러한 점을 보건의료 CSR을 진행하는 모든 주체들이 인지하고 막연한 재정 지원이 아닌, 철학과 전략이 담보된 보건의료 사회공헌 활동을 수립하고 실행함으로써 수혜대상자들의 삶의 질 개선과 사회적 가치 창출에 직접적인 역할을 해나가길 진심으로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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